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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P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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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음악사 100대 음반

LP 포럼 시리즈

 

 91. 정태춘 박은옥 <92년 장마, 종로에서> 1993 / 삶의문화 / 한국음반

 세션 : 정태춘(v,g,har), 함춘호(g), 김형석(key), 배수연(d), 김현규(b), 신지아(아코디언), 우종양(해금), 이명국(구음창), 김상철(장고)

 모던 포크의 감각적 수용자로 시작하여 이제는 수단으로서 포크를 수용한 정태춘은 민중운동의 통일되고 확실한 목소리가 사라져가고 있는 이즈음에 다시 재조명되어 마땅하다. 그는 이데올로기를 노래한 가수가 아니다. 그가 엘리트지식인들에 대하여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그는 이웃의 삶을 이성이 아닌 가슴으로 가감 없이 노래하고자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제도권의 박해로 그의 음반들은 '불법'이라는 딱지를 달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을 뒤돌아 볼 때 아! 대한민국과 92년 장마, 종로에서 이 두 음반의 합법화결정은 그의 선택이 옳았으며 또한 그의 투쟁이 조그마한 승리를 획득하였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 중에서도 <우리들의 죽음>과 같은 낮게 읊조리는 절규가 가득 찬 아! 대한민국과는 달리 본인도 밝히듯이 여전히 그 메시지는 강렬하지만 보다 일상적인 정서에 가까이한 92년 장마, 종로에서는 그의 향토적인 초기작과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저 들에 불을 놓아>와 같은 강렬한 어조의 노래들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아내이며 동시에 동지인 박은옥과 함께 한 이 음반은 사회성 짙은 모던 포크의 걸작으로서, 민중가요의 제도권에 대한 소중한 승리로서 기억되고 있다. (황정)

 

 92. 양희은 <1집> 1971 / 킹레코드

 세상에는 무수한 <아침이슬>이 있다. 1971년, 앳된 처녀의 맑고도 강한 목소리에 실려 세상에 나왔던 젊은 날의 고뇌와 결단을 그린 서정적인 노래 한 곡은, 수록음반이 작곡자 김민기 독집의 판매금지 조치에 휩쓸려 공식적인 무대와 시장에서 자취를 감츤 후에도 사람들의 가슴속에 선연히 살아 독재정권의 신경질적인 과잉우려를 실현시키기라도 할 듯 술집에서, 거리에서 끝도 없이 불리워졌다. 그 결과 애초의 소박함 위에 부르는 이의 비분강개 혹은 결기가 덧붙여졌고, 80년대에 들어와 그 얼마간 자기도취적인 정서는 소시민적, 지사적이라는 당시로선 치명적이였던 딱지를 달기도 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87년 가을, 6월 항쟁의 가시적 성과물 중 하나로서 아침이슬이란 더블앨범에 간소한 기타반주의 원곡 그대로 살림으로써 이 노래를 구전으로만 접했던 세대와 처음 조우했다. 한편 '국민정부'가 <상록수>를 국민가요로 삼을 것을 예견하기라도 하듯, 작년 가을 김민기  헌정앨범1997 아침이슬의 서두를 장식한 새 녹음은 남성합창을 깔고 애국가 한 구절과 동반한 무게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만들고 부른 이들조차 버거울 정도로 시대와 호흡하며 대중과 함께 했던 노래가 첫 선을 보인 이 음반은 함께 수롷된 곡들이 <꽃 피우는 아이>를 제외하면 <일곱 송이 수선화(Seven Daffodils)>등 모두 60년대 미국 포크송의 번안곡이었던 탓인지 재발매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그대로 전설과 기억의 영역 속에 남게 되었다.(조성희)

 

 93. 신중현과 뮤직파워 <1집> 1990 / 지구레코드

 신중현(v,g), 김문숙(v), 박점미(v), 이승환(d), 박태우(b), 김정희(key), 이근희(trumpet), 홍성호(a.sax), 한준철(t.sax)

 1980년에 해금되면서 내놓은 작품인 이 음반은 9인조 브래스 록 그룹으로 만든 음반이었고, 신중현의 음반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이었다. 그를 거론할 때는 보통 한국 록의 대부로 얘기하면서, 신중현과 엽전들 1집을 그의 대표작으로 보아왔다. 하지만 사실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은 엽전들 스타일이 아니라 대 맨이나 뮤직파워 같은 브래스. 키보드 파트가 있으면서 특유의 '쩍쩍 달라붙는' 느낌의 리듬 기타배킹(backiing)이 깔리는 음악이다. 이는 이 음반의 <아무도 없지만>, <저무는 바닷가>, <떠나야 할 사람>이 바로 그 증거이다. 이들은 멋진리듬 기타 배킹과 신중현 만의 감각적인 솔로 애드립이 돋보이는 매우 훌륭한 곡들인데, 이 음반은 사실 묻혀져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그도 인정하듯이(그는 이 음반의 기타 애드립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였다) 이 음반에서의 감각은 그의 연주 경력에서의 베스트이고, 그의 필은 무척이나 독특하였다.(박준흠)

 

 94. 노래를찾는사람들 <2집> 1989 / 서울음반

 세션 : 조성모(b), 이형복(d), 배영길(g), 박기영(key), 안치환(g)

 84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온순한 인상의 합법 앨범을 발표한 것은 작년 서총련 노래단 조국과 청춘이 일렉트릭 사운들를 받아들인 것 이상으로 (물론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 한정된 이야기겠지만) 이슈를 일으켰다. 눈을 가린 경주마와 같은 이러한 시각에 의해 벌어진 간극은 아직도 대중음악의  일관된 흐름 내에서 이러한 흐름의 음악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조건을 낳고 있다(록이 저항이냐 아니냐, 록을 '수단'으로 여기느니 하는 허접쓰레기 같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열린 음악회'에 출연하고, 안치환, 김광석, 권진원 등을 배출한(푸훗!)전직 운동권 노래패로 인식하는 것은 이러한 간극이 낳은 현실이다. 간간이 모습이 지워진 졸업사진을(누가 이들의 모습을 이 사진에서 지우려 했던가) 재킷으로 한 노. 찾. 사 2집은 노래패 곡의 전형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이전의 조악할 수 밖에 없었던 불법 테입의 느낌과는 달리(따로 또 같이의) 나동민의 프로듀싱을 거치며 보다   세련된 면모를 보인다. 안치환이 부른 <솔아 솔아 푸른 솔아>, 여공의 모습을 그린 <사계>, 정태춘, 박은옥의 <5.18>에 삽입된 <오월의 노래> 등 모두 80년대  노래운동의 훌륭한 자산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산을 '후일담 류'로 싸게 팔아 넘기려는 이들은 <저 평등의 땅에>의 당당하고 아름다운 서정을 반드시 다시 들어야 한다. (김민규)

 

 95. 정태춘 박은옥 <북한강에서> 1985 / 지구레코드

 세션 : 유지연(g)

 남도에는 황토가 있다. 불그스레한 황톳길에 발짝마다 먼지 풀풀 날리며 터벅터벅 걸어가는 한 사내의 등에는 '시름짐만 한 보따리' 고. 저 산 꼭대기 아버지 무덤' (<사망부가>)이 기다리는 그 길 끝머리에는 도솔천이 얼핏 비칠지도 모른다. 간다간다/나는 간다/선말 고개/ 넘어간다'(<애고, 도솔천아>), 혹은 '님의 가슴/내가 안고/육자배기/할까요'(<장서방네 노을>)등, 4.4조 민요가락이 굽이굽이 고개 넘어 들을 지나 강을 끼고 바다로 흘러가며, 아스팔트의 아이들에게도 산업화와 새마을 운동 이전 선조에게서 유전된 흙의 기억을 일깨운다. 박은옥의 '곱디 고운' 목소리는 <바람>과<봉숭아>에서 들을 수 있고, 1집부터 함께 했던 유지연이 편곡을 담당하여 일렉트릭 기타 속에 진국스럽게 어울린 한국적인 가락을 조율하는 데 일조했다.
(조성희)

 

 96. 김현식 <4집> 1988 / 서라벌레코드

 세션 : 송홍섭(b), 김희현(d), 배수연(d), 박청귀(g), 이병우(g), 황수권(key), 김효국(key)

 짧은 인생역정 동안 겪은 모든 간난 고초와 탐닉의 흔적을 고스란히 새겨오며 시기적으로 급격한 변모를 보였던 김현식의 목소리(들) 가운데 남은 이들 뇌리에 가장 선명히 남아있는 것 이 아마 이 시절의 강렬한 허스키 보이스가 아닐까. 87년  대마초 파동 이후 타의에 의한 공백기를 딛고 돌아온 그는 비록 미청년의 면모는 잃었으나 목소리의 거친 기운이 강렬함에 깊이 와 매력을 더해주는 시기를 맞았고, 그 절정의 순간들이 신촌 블루스 2집과 이 앨범에 담겨있다. 백밴드라기보다 오히려 음악적 동반자였던 봄. 여름. 가을. 겨울과 헤어진 후 만들어진 이 앨범에서는  송병준, 이정선, 장기호, 유재하등의 곡과 자작곡 두 곡을 실었고, 박청귀 등  세션 뮤지션들의 도움과 송홍섭 편곡을 거쳐  이병우의 프로듀싱이 앨범을 마무리했다. 김현식 특유의 발라드 <언제나 그대 내 곁에>, <사랑할 수 없어>도 새삼  감동적이며, 신촌 블루스의 이정선이 제공한 <한밤중에>, <우리네 인생> 모두 훌륭하지만 특히 후자는 흥겹게 출렁이는 생의 낙관 혹은 달관으로서 유독 돋보인다. 유재하 버전과 대조되는 김현식의 <그대 내 품에>는 꺼칠한 남자 목소리의 힘과 아름다움을 여지없이 과시하고 있다. 김현식 이전에 김현식 없고 김현식 이후에 김현식 없다.(조성희)

 

 97. 김현식 <2집> 1984 / 서라벌레코드

 세션 : 김명곤(key), 배수연(d), 이수영(b), 윤승태(g), 최이철(g), 이유신(g), 김광석(g)

 전인권과 함께 80년대를 상장하는 보컬리스트로서 故 김현식을 빼놓을 수 없다. 그를 노래만 잘불렀던 '팝 발라드' 가수로 평하한다면 6, 70년대 국내 록의 대부분을 '밤무대 사운드' 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80년대 <봄. 여름. 가을. 겨울>, <당신의 모습>이 실린 데뷔 앨범의 처참한 실패 이후 4년만에 와신상담 내놓은 이 앨범의 성공은 김현식을 공중파와 공연장 모두에서 환영받는 이로 변모시켰다. 이렇게 된 것에는 <사랑했어요>의 멜랑콜 리가 지대한 공헌을 했고(이러한 '소녀취향' 의 감상을 꼬집는 이들이 있지만 이 앨범의 상업적 성공이 없었더라면 김현식이 이후 앨범에서 자신이 원했던 음악을 표현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까?)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독보적이었지만(<뭐라고 딱 꼬집어 얘기할 수 없어요>를 김태화처럼 부를 이가 없듯이 <골목길>을 김현식의 느낌으로 부를 이가 없다)김현식이 뮤지션으로 비중있게 언급될 수 있는 이유는 최이철의 기타가 발군인 블루스 록<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와 김현식의 샤우팅 보컬이 빛을 발하는<어둠 그 별빛>, 회상>등의 곡에 있다. 김현식은 이 앨범 이후 백밴드 봄. 여름. 가을. 겨울과 함께 3집을 발표하며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민규)

 

 98. 신촌블루스 <3집> 1990 / 서라벌레코드

 엄인호(g.v), 김영배(g), 김명수(key), 안동열(key), 이창수(key), 이원재(b), 전종원(d), 이정식(sax), 정경화(v), 김미옥(v), 김현식(v), 이은미(v)

 가요와 블루스의 접목이라는 대전제 아래 여성가수들의 보컬이라는 소전제를 훌륭하게 배치한 신촌블루스 3집은 이정선이라는 한국적 블루스 기타의 모범이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엄인호의 신촌블루스'의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엄인호의 기타는 그것이 독학에 의한 것이기에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고유의 색깔이 있다.이러한 면 때문에 신촌블루스의 '가요 블루스'
는 곧 엄인호의 기타와 동격인 의미를 지니게 된다. 또한 엄인호의 기타는 객원으로 참여한 보컬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애드립에서 더욱더 그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역시 3집에서도 1,2집의 한영애. 김현식에 못지 않은 이은미, 정경화라는 걸출한 여성보컬과 함께 그 특유의 분의기를 자아내고 있다. 다소 록적인 톤의 목소리를 가진 이은미와 애절한 고음역을 지닌 정경화라는 블루스 보컬의 신성들이 각기 자신의 색깔에 맞게 <그댄 바람에 안개로 날리고...>와 <비오는 어느저녁>을 녹음한 이 음반은 이 두 곡만으로도 한국적인 블루스의 대표반으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즉 신촌블루스의 음악은 블루스가 가지는 대중친화력을 가장 뛰어나게 한국화한 대중음악계의 또 다른 형태의 시도라 할 수 있다. (황정)

 

 99. 윤도현 <1집> 1994 / LG미디어

 세션 : 윤도현(v,key), 함춘호(g), 채경훈(g), 토미 키타(g), 손진태(g), 조동익(b), 오장훈(b), 김영석(d), 김선중(d), 강호정(key,seq), 박용준(key), 엄태환(har)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어이, 거기 박수 좀 쳐요'라고 말한 윤도현은 그 순간 '제 2의 강산에'인양 여겨졌다. 흥겨운 록큰롤 넘버 <타잔>의 이미지 또한 강상에의 <에럴랄라>와 겹치며 이를 부추길 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밴드의 수장이 된 지금의 윤도현은 강산에와는 다른 방향으로 변모하였다. 요즘이야 긴 머리를 휘날리며 캐주얼 웨어의 패션 모델과 뮤지컬의 주인공으로 맹활약하고 있지만 갓 제대한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 시절 유도현의 음악은 외모만큼이나 소박하고 솔직했다(앨범 부클릿에 실린 윤도현의 말은 정말 그다운 표현이다). 윤도현을 튀어 보이게 만든 <타잔>과 라이브 시 혼자 피아노를 치며 부르곤 하던<가을 우체국 앞에서>가 공존하는 것은 이후2집의 <이 땅에 살기 위하여>와 <다시 한 번> 이 함께 실리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 외 <임진강>,<큰 별은 없어> 등의 곡이 실린 이 앨범에서 세션으로 참가한 토미 기타, 손진태, 조동익, 강호정, 함춘호 등은 한 몫 톡톡히 했다(이후 강호정, 엄태환은 윤도현밴드에 참여한다.) 이 앨범은 가능성으로 남았지만 윤도현 밴드로 내놓은 2집은 '성장'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은 앨범이었다.(김민규)

 

 100. NEXT <The Return Of N.EX.T part.1 The Being> 1994 / 대영AV

 신해철(v,key,g), 임창수(g), 이동규(b,v), 이수용(d), 세션 : 이건태(d), 김선중(d), 정기송(g), 이정식(flute), 김우관(har)

 Home에 이은 넥스트의 두 번째 앨범으로 이후 이들의 트레이드마크가 도리 문양(이집트 벽화에서 나온 듯한 눈, 혹은 새의 변형)과 장황한 앨범제목, 철학적 거대주제에 대한 도전, 화려한 기타연주와 신세사이저의 웅장한 사운드 스케이프 들을 한 눈에 펼쳐놓았고, 이는 제3부 World로 이어진다. 그들릐 열성팬이 결집되기 시작하였고, 그 막대한 쪽수와 열렬한 보위능력을 겸비한 동아리 밖의 일반인에겐 어린 시절의 추억 속에서 죽음에 대한 인식을 건드려 본 작고 아름다운 발라드<날아라 병아리>를 선사했다. 사후적으로 평가한다면, 이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이 단군아래 최대의 번영을 누렸다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사운드가 아니었나 싶다. 뭔가 호화롭고 거창하면서 왠지 속은 비어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을 던진다는 면에서, 마침 (다시한번 역사를 단순화시킨다면) 단군이래 최대의 위기라는IMF 체제하에서 넥스트 역시 구조조정 내지 슬럼화의 과정을 거쳐 좌장 신해철이 펼치는 단촐한 솔로 활동으로 귀결되지 않았는가 말이다.(조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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